"잘 한다" 와 "할 수 있다"

물끄러미 전화기를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한다.
참 기능도 많다.
디지털 TV도 볼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게임도 되고, 인터넷도 즐길 수 있으며 동영상도 볼 수 있는 3인치의 액정을 달고 있는 전화기. 게다가 사진도 찍을 수 있고 화상통화까지 즐길 수 있다. 바코드를 읽을 수 있으며 알람, 스케줄 관리도 할 수 있고 워드, 엑셀 등의 문서와 pdf 파일까지 읽을 수 있다. bluetooth로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든가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고 멀티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할 수 있는 기능을 다 쓰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자 그럼 내가 이 전화기를 사용해서 잘 하는 기능을 써 보면,
음성통화, 가끔 메일 주고 받기 그리고 디카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서의 사진기.

이게 다다 -_-;
저 위의 수많은 기능들이 무색할 정도로 사용하는 기능이 많지 않다.

그럼 내가 기계치라서 기능을 몰라서 사용 못하느냐 하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고 귀찮아서다.

하나하나 짚어보면 음악을 들을려하면 폰으로 사이트에 접속해서 비싼 패킷을 물어가면서 한곡에 525엔이나 하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서 듣거나 CD의 음악을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PC에서 변환하여 전용 소프트를 사용해서 별도로 판매하는 케이블을 구입하거나 메모리에 전송해서 음질도 그닥 좋지않은 폰으로 배터리 잔량 확인해 가면서 듣느니 걍 mp3플레이어를 사용한다.

게임을 할라치면 역시 비싼 패킷을 물어가면서 게임의 내용도 확인하지 못한채로 이건 재미있을까 마음을 졸여가면서 다운받아서 하느니 포기해버리고.

동영상을 볼라치면 역시 PC를 통해서 전용소프트를 사용해서 기기가 원하는 포맷에 맞추어 엄청난 저화질로 변환 후 기계가 읽어 들일 수 있는 전용 디렉토리를 찾아서 복사해 넣은 다음에 보느니 PMP사용해 버리고 만다.

인터넷의 경우도 조그만 액정으로 뭐 하나 볼라치면 간단치 않고 불편해서 그냥 PC사용한다.
패킷 요금에 대해선 말하기도 귀찮다.

화상통화 역시 일반 음성통화에 비해 1.5배의 통화료를 물어가면서 뚝뚝 끊기고 깍두기 까지 생겨서 겨우 얼굴 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 화면을 보면서 통화하느니 걍 음성통화 하고.

엑셀이나 워드문서 하나 저장 할라치면 역시 전용 소프트를 사용해서 기계가 원하는 형식과 위치를 찾아서 방황하면서 입력한 후에 그 느린 리뷰속도 참아가면서 편집도 않되는 뷰어 사용하느니 역시 걍 PC사용한다.

...

세상이 디지털화 되면서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컨버젼스가 시도되면서 한 기기를 가지고 여러가지 기능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처럼 광고를 해대고 상품을 팔아대지만 막상 그 기기가 가진 부가 기능들을 사용할라치면 생생내기에 불과하거나 불편함으로 인해 기본 기능 외에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게된다.

특히 전화기의 경우에는 통신사의 저작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수익성 보장이라는 큰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전화기의 수많은 기능을 편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궁금한 것은 전화기 보다 작은 디카에선 맘데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왜 전화기에 부착되면 범죄자의 손에 놓여진 듯이 강력한 셔터음을 발산하면서 촬영이 되는지...

음악을 벨 소리로도 지정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시도 했다가 벨소리는 mmf 라는 형식으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인터넷을 다 뒤지면서 변환 프로그램을 찾아서 mp3를 mmf형식으로 변환해서 300kb 라는 용량 제한과 특정 폴더 외에는 인식 불가능한 제한을 넘어가면서 폰에 넣었다가 그 조잡한 음질에 경악을 하면서 쓴 넋두리였다.
뭐 돈 많으면 그냥 폰으로 접속해서 다운 받으면 되는 일이지만 패킷 정액제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나에게는 예전에 AU를 쓸 당시 벨소리 한곡을 다운 받고 패킷료만 1000엔이 넘는 사실에 경악을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