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 소리바다와 음반업계 사이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말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이제 그 불똥이 영상업계에도 미치는 것 같다.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피해.
그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몇 년 전까지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비디오 대여점이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지 않았나?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정말 이 모든 책임을 인터넷에 돌리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음반업계나 영상업계는 자기들 밥그릇이 빼앗겨 없어질 동안 뭐 하고 있었나?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P2P가 생겨나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닌데.
작년만 해도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한 영화가 있는 것을 봐도 그 책임을 불법다운로드에 돌리는 것이 타당한지 궁금하다. 지금도 모 SF영화로 한국 전체가 떠들썩해 보이는 데 말이지.
혹시 다른 이유가 더 큰 것은 아닐까?

음반업계와 mp3 파일의 얘기는 이미 지겨우니 넘어가고 영상 부문에 대해서만 보자고.

영상의 경우 영화의 제작 후 극장상영 -> DVD판매/대여 -> TV상영 정도의 사장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그 중간 단계가 지금 거의 없어진 듯하다.
그렇다면 전국의 그 많던 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진 것이 과연 100% 불법 다운로드 때문일까?
더 큰 이유는 시대의 변화를 잘 읽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불법 다운로드에 면죄부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문제는 거기에만 책임을 지우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크다고 본다.

우선 인터넷만 보자.
불법 다운로드를 조장하는 수많은 웹하드형 P2P사이트가 존재한다.
그 사이트 대부분은 일정 금액을 받고 장사를 하는 신종 비디오 대여점이다.
물론 이런 형태의 가장 큰 문제는 전송, 보관에 대한 대가만 치러지고 컨텐츠 그 자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 이런 사이트 다 때려잡으면 다시 시장이 활성화될까?

시장은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는 영화에 길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더 편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도 그 중의 하나인데 사실 이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더 빨리, 더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따라서 전 세계의 모든 영화 배급사를 통합해 모든 영화를 극장 상영과 거의 동시에 제공하지 않는 한 불법 다운로드를 이길 수가 없다 -_-;

그럼 더는 방법이 없지 않나?

그 방법을 음반 시장에서 찾아보자.
우선 냅스터의 등장으로 mp3 포맷의 음원 파일의 교환이 개인 간에도 가능해 짐에 따라 마치 음반 산업이 몰락하는 줄 알았지만, 그에 상응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었다. 모바일폰의 벨 소리 라든가 컬러링 서비스, 싸이월드 등의 개임 홈페이지 배경음악 그리고 세계의 휴대음악을 워크맨에서 아이팟으로 바꿔놓은 애플의 뮤직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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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료로 인터넷에서 음악을 받을 수 있어서 CD를 구입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음반가게에 가서 CD를 구입해서 듣는 것보다 더 편하게 음악을 듣는 방법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굳이 음반 가게에 가서 CD를 구입하는 수고를 줄인 것뿐이라고 본다.

아이팟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독특한 디자인도 한몫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튠을 통해 뮤직 스토어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음악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mp3 player 들이 세계를 정복하지 못한 것은 그 반대로 보면 되겠네. 덕분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타워레코드도 끝내 문을 닫아버렸다. 흐름을 읽지 못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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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눈을 돌려보면 일본 타워레코드는 아직도 장사 잘 해먹고 있다.
일본의 음반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는 아이팟을 이용한 뮤직 스토어도 장사 잘 해먹고 있는 데 말이지. 게다가 CD를 대여도 해주는데 말이야.
이건 일본 사람들의 좀 특이한 습성과도 상관있겠지만.. (예전부터 CD를 구입해 md에 변환해서 듣는 그 귀찮은 과정을 별 무리 없이 소화하던)

각설하고 이제 대책을 살펴보자.

일 단계 전 방위로 사람들의 관심을 흡수한다

우선 작년에 큰 인기를 얻었던 전차남 이란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원작이 소설로 발표되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된다. 영화화와 동시에 드라마도 함께 제작되고, 영화의 OST나 드라마의 주제가 등도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등장.
실로 엄청나다. 만약 여기서 더 발전한다면 게임이나 캐릭터 판매, 빠찡코용 캐릭터 등으로까지 퍼지게 된다. 포켓몬스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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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작 영화 개봉하면 전국 수백 개의 극장에 폭탄 투하하듯 동시 개봉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에 본전 찾는 게 목표라면 일본은 영화만이 아니라 문화 산업 전체에 대해 일격에 숨통을 끊어 놓는 것이다 -_-;

이런 걸 꼬부랑 말로 One source Multi-Use 라고 했던 듯하다.

이 단계는 좀 더 편하게, 좀 더 빠르게

일본의 역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TSUTAYA 같은 대형 DVD 체인은 dvd 판매, 대여만이 아니라 음악 cd 대여, 중고 게임 타이틀의 판매도 하고 있다.
여기서 DVD대여만 보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 대여를 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DVD를 신청하면 우편으로 집까지 배달되고 DVD의 반환도 우편을 통해서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펼쳐져 있는 우편 네크웍은 앞으로의 미래닷.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은 무언가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진 택배나 우편밖에 없다. 아마 우체국이 민영화 된다면 이걸 잡는 회사는 지금의 SK텔레콤보다 더 큰 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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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 드라마의 경우를 보자.
보통 드라마가 종영된 후 방영권을 구입해 방영하거나 dvd판매를 시작하게 되는데 너무 느리다. 실행 상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현재 방영 중인 외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방영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예전처럼 특별한 매체가 없어서 정보 교환이 안되었을 때는 몰랐지만, 인터넷으로 현재 방영되는 방송의 정보는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지금은 기다리는 것을 너무 지루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정상적인 결재과정을 통해 음악을 다운받으면 drm이라는 복제방지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어를 등록해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후 해당 기기를 사용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불법 다운로드 받은 파일은 아무 때나 플레이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dvd에도 지역코드란 것이 있어서 일본에서 구입한 dvd는 한국에서 플레이가 안된다. 역시 불법 다운로드 받은 파일은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삼 단계는 뭔가 특별한 것을

자꾸 일본 예를 들어서 지랄인데, 내가 일본에 살고 있으니 다른 건 뭐 예를 들 수도 없구...
일본에선 똑같은 싱글cd 도 여 러장이 발매된다.
cd에 수록된 내용은 같지만, 패키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주로 아이돌 스타의 앨범에 잘 채용되는 방법인듯 한데 초판 한정 이라든가 뭔가 짤막한 동영상 dvd를 추가했다든가 해서 같은 음악이라도 다르게 팔아먹는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다른 제품과 다르게 직접 사용해 보거나 테스트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영화평이나 영화 잡지 등의 소개나 광고, 주연 배우나 감독의 네임밸류 등에 의존해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비디오를 빌릴 때 가장 참고로 삼았던 것은 광고도 아니고 주연배우도 아니고 감독의 이름도 아니고 비디오 가게에서 배포하던 잡지의 뒤 표지에 실리던 이달의 대여순위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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