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A

Notion 2009. 5. 31. 16:54
오랜만에 영화보고 글 좀 남긴다.
올해 들어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소박했던(?) 영화인 것 같다.

일단 제목부터 좀 걸고 넘어가야겠다.

원제목은 BOY A, 한글 제목은 보이 A -_-;;;
제목 센스하고는...

미성년자 범죄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 대신 BOY A라고 법원에서 불리던 것을 뜻하는 말인데 한글 제목에선 그런 느낌을 찾기 힘들다. 그냥 소년 A라고만 했어도 훨씬 더 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보이 A라니.
내가 영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그럴지는 몰라도 이건 번역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어쨌든 영화는 가정에서 소외받고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던 소년이 또 한 명의 문제아 친구를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내다가 결국 소녀 살해범이 되고 만다. 
전형적이다.
주인공에의 감정 이입을 위해서 주인공의 본성은 착한데 단지 친구를 잘 못 만나서 나쁜 길로 빠진다.
세상 모든 범죄자가 비슷할 것이다.
원래 착한데 나쁜 친구를 만나는 바람에 ...

다행히도 범죄자가 되는 과정은 영화의 주요한 플롯이 아니다. 그래서 저런 도식적인 전개를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과정을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하여 잠깐잠깐 보여줄 뿐이다 - 이런 걸 몽타주 기법이라고 하던가? - 아무튼 시간 순서로 보여주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지구 반대편의 이 먼 나라까지 와서 개봉되는 영광을 얻지는 못했겠지.

소년 A가 14년을 복역한 후 가석방되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
그러므로 앞의 이야기들은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시 한 번 다행이다.

소년 A는 놀랄 만큼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가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여자 친구를 사귄다.
그리고 모든 관객이 우려하는 사건들도 벌어지고 말이지.
결론도 역시 누구나 상상하지만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맺어지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과연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나조차도 만나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말이지.
간단히 현실 세상에서의 내 모습과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내 모습도 많이 다르고.

또 나는 지금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줄 수 있을까.
단적으로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어느날 범죄자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난 그 친구를 믿어주고 감싸줄 수 있을까?
반대로 날 그렇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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